1. 얼굴을 부드럽게 : 레몬에서 유자로
* 레몬에서 유자로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살던 집 뒤뜰에 라임 오렌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여름이면 나뭇가지가 휘어지게 초록색 라임이 알알이 열렸다.
처음 보는 라임오렌지 나무는 나에게는 어린 요크셔테리어 '럭키'가 담이 없는 뒤뜰에서 놀고 싶어 할 때, 끈을 묶어주는 데 사용되는 기둥일 뿐이었다. 걸핏하면 둘레길을 산책하는 이웃들을 졸졸 따라가는 럭키의 개념 없음으로 인하여.
라임 오렌지의 용도를 몰랐던 나는 나지막한 라임 오렌지 나무 아래의 그늘이 좋았다. 그곳 아래 놓인 통나무 의자에 앉아 책을 읽거나 파아란 하늘의 흰구름을 보는 시간이 좋았던...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라임을 동백꽃 쯤으로 치부했다. 라임의 초록 이파리가 동백꽃 나뭇잎과 많이 닮아서...
나는 매번 노오란 레몬을 열심히 사 와서 꿀과 섞어 레몬청을 만들었다. 레몬은 겨울철 감기를 대비한 비타민 C 공급원으로 배웠으므로.
그 집을 떠나고 수년이 지나서 요리를 배우면서 라임 오렌지의 다양한 쓰임새를 알게 되었다. 젊은 시절은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하며 내달리느라 시선을 너무 멀리 두어서, 발밑을 내려다보지 못한 때였다.
내 손에 쥐어진 것은 보지 않고, 앞으로 쥐어야 할 것만 찾아다닌 우화 속 주인공처럼...
이제 10월이면 레몬향대신 유자향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