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후손에 미안한 세대의 외출하기
*누나 바라기인 수리는 늘 현관을 향해서
*2020. 06. 08 햇살좋은 월요일
누나 엄마가 우리 집에 아기 돌봄을 위해 월요일에 도착하는 시간은 형아 출근에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형아가 출근 후인 10시로 의논되었다. 오늘 새아기 돌봄 당번인 누나 엄마랑 큰누나는 10시 15분에 도착했다. 엄마가 또 핸드폰을 현관 조각상 위에 놓고 나와서 다시 들어가 나오는 통에 마을버스가 씽씽 날아가버려서 좀 기다려야 했던 사연이 있었다.
나, 탐이가 누나엄마 집에 있을 때도 엄마는 외출하는 날이면 두어 번을 다시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보통 외출을 위한 가방을 전날 준비해두는데 늘 핸드폰과 물컵이 문제이다. 충전을 하거나 카톡 연락망을 확인하느라 가방에서 꺼내놓는 순간 외출 후 누나 엄마가 현관문을 한번 더 열고 들어와야 하는 사건이 된다.
*각기 다른 모습의 화분에 담긴 꽃들. 꽃망울을 머금으면 화분대에서 이곳으로 옮겨진다.
엄마는 핸드폰으로 날씨를 확인하다가 창가 책상 위에 잎파리가 고개 숙인 화분을 발견하면 핸드폰을 옆에 놓아두고 화분에 물 스프레이를 뿌린다. 그리고 나머지 화분들의 수분상태를 확인하느라 아이스크림 막대로 꾹꾹 질러보고 수분을 보충해준다. 그런 날은 엄마 외출 후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엄마 핸드폰은 난데없이 화분이 놓인 책상 귀퉁이에 하염없이 놓여있곤 한다.
풍요롭게 살면서 환경을 파괴한 세대인 누나엄마랑 아빠는 후세를 위한 미안함에 은퇴 후에는 종이컵과 비닐, 플라스틱 사용 자제를 노력한다. 빨대나 플라스틱 스푼. 포크는 No! No!이다. 냉동실 보관용 지퍼백은 여러 번 씻어서 재사용한다. 팥죽이나 칼국수를 주문할 때도 엄마는 아빠의 손에 뚜껑이 있는 용기를 들려준다. 엄마 배낭에는 늘 시장용 천 주머니가 담아져 있다. 그래도 비닐이나 스티로폼 포장 용기가 쉬지 않고 나타난다.
누나 엄마는 외출 시에 아주 작은 도자기 컵과 보온물병을 상비한다. 눈과 목이 자주 건조해지는 탓에 인공눈물과 물을 늘 상비하는데, 곧잘 보온병 주머니를 현관에 놓아두고 나가서 외출 후 다시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유 두 번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