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반려견 탐이와 수리/3. 수리는 변신 중

11. 수리의 '영혼없는 손 내밀기'

redlips 2021. 3. 21. 00:00

 

*수리는 훈련 중(2020. 07.03)

 

수리는 2018년 6월 6일 유기견 센터에서 입양할 때 수리를 관리했던 직원은

"수리는 생각이 앞서는 경향이 있다."

고 했다.

 

수리는 큰누나의 지도대로 곧잘 따라서 습득한 재주가 많다. 다만 간식 보상이 확실한지 동그란 눈으로 곁눈질을 하면서...

큰누나의 손이나 옆에 놓인 간식 통에 간식이 담긴 게 보이면 훨씬 충실하게 오래도록 누나의 명령에 귀를 기울인다.

 

거실에서 마주친 수리에게 큰누나가 간식을 준비하지 않은 상태로 복습을 위해 문득

"수리, 손~"

하면 처음엔 미처 못 들은 척한다.

큰누나가 다시

"수리, 손~"

하면 마지못해 앙증맞은 그 작은 발을 훈련 때와 달리 아주 낮게 들어 내미는 시늉을 한다.

'교육시간도 아닌데 이건 뭔 시추에이션(situation)인가 하는... 다소 귀찮다는 느낌'을 상대에게 충분히 전달하면서...

 

어이없어하며 큰누나는 그런 꾀돌이 수리에게 "너 영혼 없는 손을 내민 거야?" 한다.

 

"영혼 없는 손?"

엄마랑 아빠는 누나의 표현에 박장대소했다.

고여있던  크고 작은 감정 찌꺼기를 수리의 '영혼 없는 손 내밈' 덕분에 웃음으로 날려버린 거다.

 

'수리'는 큰누나네 집에 입양된 이후 온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하여 약육강식의 생활에 내놓아진 적도 없건만 눈치가 빠삭하다.

수리는 이렇게 보상이 없이 복습을 위한 짧은 훈련엔 늘 '영혼 없는 손'을 내밀거나 못 들 은척 하곤 한다. 수리 나름의 생존 방식인가 보다.

 

수리의 '영혼 없는 손동작'은 큰누나네 가족에게는 수리의 '귀요미 행동' 쯤으로 간주된다.

큰누나의

"수리! 너 또 영혼 없는 손 내밀고 있어."

소리를 듣는 순간, 누나네 엄마와 아빠는 수리를 향해 웃음 띈 얼굴을 한다.

 

"수리 또 머리 쓰는 중이야?" 하면서.

 

수리는 누나네 가족에게는 아기처럼 예쁘게 보이나? 뺀질거리는 모습까지 예뻐하는 걸 보면...

그래서 반려인들에게 식빵 궁둥이로 인기 짱 웰시코기인 체중 12kg의 나, '탐이'가 수리네 집에 가면 체중 4kg인 조그만 말티스 '수리'의 위세가 그토록 등등한 걸게다.

적어도 수리의 키다리 아저씨들이 큰누나, 엄마, 아빠까지 셋이나 되니, 그 작은 수리는 내게 늘 당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