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Excuse me~

11. 멋적고 답답한, 그래도 기다려지는 시간을 품은 어린 딸의 두통

redlips 2021. 4. 19. 15:30

                 *도라지 (Balloom-Flower, 4.23 탄생화, 꽃말 : 상냥하고 따뜻함, 유순함) (출처: 꽃나무 애기 Band)

 

내년에 초등학교를 가려면 적어도 올해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의 언해 능력은 생겨야 할 텐데...

 

주 1회 10주 수업 후 2주 동안 단기방학이다. 3개월마다 한 번씩 1년에 4차례 방학이 있는 이곳의 학제는 이방인에게는 대략 난감했다. 후에는 이 시스템 덕분에 아이들이 뒤쳐진 학교 진도를 복습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데에 여간 도움되는 기간임을 경험하게 되었지만...

 

만 다섯 살을 향해 자라는 중인 여린 성품의 첫 아이는  집 앞 유아원을 가는 목. 금요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듯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화요일은 무탈하다가 수요일 즈음이나 목요일 오후부터 열이 오르고 목이 부어 병원을 가게 되는 일이 자주 생겼다. 아기 때부터 편도선이 자주 부어서 급기야 입원하게 되는 일을 여러 번 겪었던 터라 놀랄 일은 아니지만, 열이 39도와 40도를 왕복하니 의료 관련 전공이 아닌 엄마로서는 참 난감했다. 

간절했던 유아원 등교일인 목요일을 앞둔 수요일 오후부터나, 겨우 하루 다녀온 목요일 밤부터 고열이 나는 아이를 보면서 젊은 엄마는 '언어 습득 기회'를 놓치는 데에 안타까움이 일었다. 서너 달 후에 말을 못 하고 못 듣는 상태로 학교를 다닐 것을 생각하면 하루도 빠짐없이 유아원을 가도 시원치 않은 판국에 그 귀한 기회를 병원 다니고 해열 치료를 받느라 결석을 하는 일이 참 답답했다. 

 

이제야 돌아보니 아이의 병치레는 스트레스였나 보다. 낯선 곳에 놓인 어린 마음이 감당하느라 그 별난 환경이 편치 않았나 보다. 아기 때부터 낯을 가리지 않고 위층 초등학생 언니들과도 곧잘 놀면서 그 댁 언니네 아빠 무릎에 앉아 밥도 잘 먹는다고 칭찬이 가득했던 아이인데...  어린 시절 현지에서 언어를 배우는 꿈같은 기회임에도 어린아이가 적응해가는 과정은 어른들이 쉽게 말하곤 하던

"걱정말아요, 얘들은 금세 적응하니까"

가 아닌 거였다. 

 

그래서 우리는 <톰과 제리 Tom and Jerry>나 <토마스 탱크 앤진 Thomas Tank Engine>등의 만화영화가 시작되는 오후 4시가 되면 처마 밑의 제비처럼 나란히 소파에 앉아 1시간 동안 쥐랑 고양이랑 코끼리, 기차, 오리, 원숭이들이 등장하는 T.V의 재미있는 만화영화를 열심히 '보고 또 보고' 했다. 그리고 비디오 공테입을 넣어 녹화를 해서 다음날은 아침부터 되돌이해가며 열심히 시청했다. 어느 날 딸들의 언어 항아리에 언어를 담은 물이 가득 채워져 넘치기를 기다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