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셰틀랜드 쉽독 랄프/4. '셀티' 마음가는대로 4 19

19. 또 한번의 희망 

8살 된 랄프는 참으로 든든하고 의젓할 뿐만 아니라, 커다란 덩치와 달리 눈빛이 선해서, 보기만 해도 마음을 행복하게 해 주는, 여간 온순하고 수줍어하면서도 아이들을 좋아하는 반려견이다. 안락사 전에라도... 랄프가 소변을 편히 할 수 있도록, 시간이 날 때마다 가족들은 번갈아가며 아침. 점심. 오후. 저녁 그리고 자정까지 랄프가 좋아하는 풀밭으로 데리고 나갔다. 랄프가 가볍게 산책을 하며 편히 소변을 할 수 있도록... 주 1회 통원치료를 다니면서, 수술 후 한 달이 지나니 랄프의 소변 습관이 안정이 되어 가나보다. 하루 종일 질질대던 소변이 8회쯤으로 줄어서 밖에서 5회, 실내에서 2-3회 하였다. 역시 랄프는 영민한 반려견이었다.

18. 수리의 일기 : 건강한 사람들의 시선

온 가족이 랄프가 환견이라는 데만 충격이 커서 랄프의 소변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만 마음이 쏠렸다. 건강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은 생각하지 못하고... 시간 날 때마다 랄프와 나가서 뒤뜰 산책을 했던 게 공동주택의 이웃들에게는 불편이 되었다. 누나네는 오직 랄프랑 열심히... 매일 뒤뜰 산책 시도로 그동안의 랄프에 대한 미안함을 채워보려는 듯...

17. 수리의 일기 : 눈치없이

7 (출처: Daum) 어느 날 아파트 경비아저씨가 "랄프한테 기저귀를 채우면 어떨까요? “ 했다. 랄프가 엘리베이터 안에 자주 흘렸단다. 엘리베이터 바닥에서 오줌을 발견한 7층과 12층 입주민이 불평을 몇 번 했다는... 랄프를 품에 안고 나갔지만 12kg의 덩치 큰 개라서 개를 지켜보느라 밑으로 새는 것을 못 보았다. 엄마랑 큰 누나는 랄프를 타월로 감싸서 품에 안고 나가는데.... 아빠는 타월은 현관에 놓아두고 랄프만 그냥 안고 나가곤 했다. 엄마의 유난스러움이 귀찮은 아빠는 못 들은 척 아빠 방식으로 랄프를 안아서 데리고 나가곤 했다. 그래서 바닥에 랄프의 소변이 엘리베이터 안이나 현관으로 나가는 길에 조금씩 새었나 보다.

16. 수리의 일기 : 닦고 또 닦고

*셰틀랜드 쉽독(Shetland sheepdog), 셀티 (출처:Daum) ​ ​ 랄프 산책을 하루에 다섯 번쯤 하는 동안 3개월이 지났다. ​ 수술 직후에는 엘리베이터에서 아파트 현관 입구까지 소변을 줄줄 흘렸다. 나가다 멈춰서 주민들 눈치가 보여 큰 샤워타월을 다시 집에서 가지고 나왔다. ​ 아파트 입구의 바닥을 닦고, 유리세정제 바닥에 뿌리고, 다시 락스를 조금 적신 걸레로 닦아서 지린내가 나지 않도록 했다. ​ 그러고 나서 12kg의 랄프를 엘리베이터에서 안아들고 아파트 현관을 나가서 내려놓았다.

15. 수리의 일기 : 열대야(3) 비법

* 2 in 1 에어컨 열대야에는 안방에만 에어컨을 켜고, 랄프와 럭키도 엄마. 아빠 그리고 누나랑 안방에 모여서 잠을 자는 거다. ​ 또, 여름밤 기온이 아주 높은 날에는 아빠랑 누나에게는 잠자리에 들기 전, 욕실에 미지근한 물을 받아 수영장처럼 몸을 담갔다 나오기를 권한다. 누나네 아빠는 '패스', 큰 누나는 '오케이'... 큰누나랑 엄마만 물속에 들어가기를 실천한다. 엄마는 결혼한 작은 누나에게도 이 비법을 전달했다. 재활센터 수영장처럼, 욕실의 미지근한 물에 잠시 몸을 담가주면, 체열은 물에 날아가고... 시원해진 피부 덕분에 밤에 잠을 잘 때도 쾌적한 체온을 유지할 수 있다고... ​ 그러면 열대야 더위도 견딜만하다고... 성공적인가 보다. 누나들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걸 보면... 가끔 엄마는 ..

14. 수리의 일기 : 사회규범이란

누나네 엄마와 아빠는 '사회 규범은 잘 지켜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특히 엄마의 사전에는 '과속 운전'이란 단어는 아예 없다. 엄마는 속도제한 '60km'는 '60km 미만'으로 이해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제한속도 '60km' 표시를 '60km 이상 70km 이하'로 이해한다. '신호등 철저히 지키기'도 필수조건이다. 가끔 아빠가 운전 중에 신호등에 걸려있는 노란 불과 빨간 불 사이를 지나면 엄마의 얼굴이 굳어진다. 가끔 누나네 아빠는 엄마의 그런 부분이 불편하다. 서울에서 신호등의 노란 불빛을 보고 감속하며 정지선에 멈춰 설 준비를 했을 때, 뒤차가 빠아앙! 소리를 내며 화를 내고 추월해서 더 위험했다는 것이 아빠의 의견이다. 엄마도 뒤차의 매너 없는 추월로 인한 사고 위험은 동의하지만.....

13. 수리의 일기 : 열대야 사무실의 주인(2)

우리집의 주인은 누나엄마다. 종일 집에서 일하고 관리하니까. 집은 엄마에게 퇴근 개념이 없는, 24시간 근무 중인 회사이다. 다시말해서 엄마는 열대야 사무실의 주인이다. 누나네 엄마는 집의 전기가 나가는 일은 정말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누나네 집에는 선풍기가 방마다 한 대씩, 부엌과 거실에도 한대씩 놓여있다. 물론 에어컨 앞에는 날개가 조금 더 큰 영업용 선풍기를 놓았다. 에어컨 냉기가 빠르게 골고루 실내에 퍼질 수 있도록... 꽤 효과적이다. 저녁식사 전에는 거실의 '스탠드 에어컨과 각 방의 선풍기를 돌려 실내의 온도를 낮춘다. 그리고 밤 11시에는 안방 에어컨만 30분~1시간 정도 켠다. 작은 공간들은 금새 추워져서 '에어컨 켜기'는 사실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엄마는 '나는 태극기 앞에..

12. 수리의 일기 : 한여름 밤에 전기가 나가면

(출처 : Daum) 며칠 전에는 바로 앞의 다른 아파트 전체의 전기가 나가서 온통 암흑에 잠겼다. 전기가 나간다는 것은... '냉장고 속의 음식... 어항... 신부전 환자 투석기... 화장실 물... 압력 밥솥... 전기오븐... T.V도 멈춰 서고... 엘리베이터... 비상 계단을 걸어서 34층까지...' 연관된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지며 답답했다. 어둠을 걷어내려고 켜놓은 촛불은 크리스마스날 밤에 켰던 케이크 위의 촛불과 달리, 전혀 낭만적이지 않았다. T.V. 에서는 현재 소비전력 비축량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특보로 자막에 자주 올려준다. 으시으시하다. 방송에서는 불빛 하나 없는 아파트와 동네들의 동영상을 반복해서 뉴스에 내보내며, 국민들이 전기를 아껴 쓸 것을 당부한다. 이 와중에 전력 발전소..

11. 열대야(1) : 가구당 에어컨 한 대만

“여름이라서 그럴 거래.. 올해 여름이 워낙 더워서 그렇대. 선풍기 좀 랄프에게 종일 돌려주고..., 에어컨 켤 때는 랄프를 꼭 그 방으로 옮겨줘. 아직 염증이 남아있어서 그러는 것 같다고...”. 전력난으로 비상한 상황인 탓에, 올여름에는 관리실이 아침저녁으로 방송을 하는 날도 있다. 경비반장이 투박한 목소리로 급하게 반복해서 알리는, '가용 전력 양이 적게 남아있어 위험하다'라는 긴급상황 방송도 여러 번 울렸다. "입주민 여러분, 방마다 설치된 여러 대의 에어컨을 동시에 사용하지 마시고, 가구당 한 대만 켜서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아파트는 오래된 아파트인 관계로 사용 가능 전력량이 적습니다. 일부 다른 아파트처럼 과다 수요로 인한 아파트 전체 정전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협조해주시기 바랍니다!"

10. 수리의 일기 : 랄프에게 에어컨을

* 랄프에게 에어컨을 “딩동“ 엄마가 문을 열어주니 누나 아빠의 얼굴 표정이 환하다. '랄프의 방광암이 오진'이라는 소식이라도 얻어온 것처럼. “랄프 안락사 날짜를 물으니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이 깜짝 놀라던데?? 랄프가 아직은 더 살 수 있데.......” “네에?‘ “랄프가 너무 고통스러워하면 그때 가서 생각하재. 아직은 랄프가 견딜만하다는데?.. 이 상태로 몇 년을 더 살 수도 있다 하네.” “저렇게 '헉헉' 대는데?”, "오줌은 바닥에 줄줄 흘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