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 오늘 사과나무 심기/1. 시작은 희망

18. 난 네게 반했어~! (3)

redlips 2021. 8. 25. 12:37

*꽃을 좋아하는 큰누나를 위한 아빠의 선물

 

누나 무릎 위에 앉으면 나, '수리'는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도 볼 수 있고, 가끔은 누나가 안아세워주면 귀밑머리를 날리며, 나를 위해 3분의 1쯤 내려준 유리창 틈으로 백미러에 비친 내 얼굴을 들여다볼 수도 있고, 내 얼굴을 스치는 바람도 언뜻언뜻 느껴볼 수 있어 차암 좋다.

오늘 엄마는 큰누나와 [슬기로운 의사 생활]을 안방 침대에 누워 편안하게 시청하며

'너는 내게 반했어' 밴드 연주를 듣고 아주 행복해했다.

큰누나도 엄마도 그 드라마 속의 주인공들의 연기를 아주 좋아한다. 두 사람은 아주 드라마에 푸욱 빠져들었다.

드라마 속의 '음 조절이 대략 난감한 의사  '송화'를 위한 네 명 동료의사들의 배려하는 표정들에 엄마랑 큰누나는 감격 그 자체이다. 아마도 실생활에서 쉽지 않은 모습이라서일지도...

 

드라마가 끝났는데도 서재로 옮겨서 하던 일을 계속하기 전에, 한참 동안을 [슬기로운 의사 생활] 드라마 장면들에 대한 되새김을 하는 데에 두 사람은 시간을 아낌없이 할애했다. 그리고 유트브를 켜서 슬기로운 의사생활 주인공들이 부르는 [넌 내게 반했어]를 1시간 반복 repeat! 중이다. 

나, 수리는 두 사람이 어디로 장소를 옮겨도 즉시 동행한다.

 

서재에는 나, 수리를 위해 얼마 전부터 모시이불이 놓여있다. 여름 끝자락이지만 덕분에 제법 시원하게 지낼 수 있다.

 

원래는 큰누나가 자주 누어 생활하던 때에 사용하면서 몇년이 지나니 누나의 발이 닿는 자리가 헤어져서 버리려고 주민센터에서 구입한 폐기물 영수증을 붙여 비닐에 담아 들고나갔다.

 

문득 반짝인 엄마의 아이디어로 나를 위해 작게 잘라서 나만의 침대로 만들어졌다. 폭신하고 고슬거려서 나, 말티스 수리는 그동안 애용했던 양털 침대보다 모시 패드가 더 좋다.

오늘은 나, 수리 말고도 큰누나에게 웃음소리를 선물한 '드라마 [슬기로운 생활]'에 고마움이 가득한 목요일이다.

 

 

 

 

엄마는 오늘, 시계의 두 바늘이 자정을 향해 바로 선 늦은 밤에  큰누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난 네게 반했어~**]

"늙은 엄마 옆에 이렇게 예쁜 딸이 같이 있어주니 말할 수 없이 고맙고

*말을 잘 들어주는 환자라서 고맙고

*이렇게 잘 회복해 주니 고맙고

*많은 약을 지겨워하지 않고 잘 챙겨 먹으니 고맙고

*엄마를 믿고 건강 상태를 의논해 주니 고맙고

*엄마에게 인생의 목표를 만들어주어서 고맙고

*요즘은 식사를 잘하니 고맙고

*요즘은 참새처럼 재잘대어서 고맙고

*엄마의 온갖 히스테리를 다 품어주니 고마워~**

 

엄마가 내 큰딸 덕분에, 노년에 떼복을 누리는 중이네"

맞다.

사실 착하고 또 착한 큰누나는 엄마 갱년기의 짜증을 모두 품어주어서

정신이 나면 엄마는 아차 싶어서

"엄마가 미안해~"를

입에 달고 살았다.

                              *지난겨울, 잔설이 있는 뒤뜰에서 나, '수리'는 소변자리를 찾는 중...

나, 말티스 ' 수리'는 이렇게 착한 우리 큰누나가 날마다 날마다 행복하도록 센스있게 나대는 동물 매개심리치료견이다.

[나도 우리 큰누나에게 반했어~**]이다.